솔직한 후기

중학생인 민재는 독서를 기반으로 한 어휘력 확장과 독해력 증진이 성적을 얼마나 좌지우지하는지 알려 준 좋은 예입니다. 

“그러면 지금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예비 중학생이었던 민재를 처음 만났을 때 민재 어머니는 걱정이 태산이셨습니다. “초등 저학년 때에는 무엇이든 잘하는 상위권 아이였는데, 수학을 아무리 잘해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떨어져서 걱정이에요. 노는 아이도 아니고 열심히 공부만 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아 안타까워요.” 

실제로 민재를 가르쳐보니 아이가 노력하는 것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와 믿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유심히 관찰해보니 이 아이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책을 한 번 읽고는 내용 파악이 전혀 안 되고, 어휘력이 많이 부족하더군요. 책을 읽고 독후감상문을 쓰게 하면 줄거리를 정리하다가 습관처럼 느낌 한 줄을 쓰는 수준이었으니까요. 

그 당시 중학생 민재가 ‘노인과 바다’를 읽고 쓴 독후감입니다.

“노인은 84일 동안 잡지 못한 물고기를 다시 한 번 노력하고 또 노력한 끝에 아주 커다란 물고기를 잡았다. 그런데 물고기의 피 냄새가 바다를 지배하고 있어 상어 떼가 몰려와 노인은 물고기를 사이에 두고 상어 떼와 다시 한 번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상어 떼와 산티아고 노인의 사투 끈에 노인을 힘겹게 육지에 도착했으나 상어 떼가 악착같이 쫓던 큰 물고기는 머리만 달랑 남겨 놓고 육지에 닿았다. 산티아고 노인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려고 도전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본문 일부를 옮겨 놓은 것과 다를 바가 없죠. 저자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고 그 주제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전혀 안 되고 있습니다.

그 이후 ‘백치 아다다’를 읽고 쓴 민재의 글입니다. 

아다다는 질그릇을 깨뜨린 뒤 어머니의 구박을 받으며 친정에서 쫓겨 나왔다. 그리고는 5년 전 시집에서 쫓겨 온 것을 떠올리며 수롱이를 찾아갔다. 그러면서 시어머니의 구박보다 친정 엄마의 매질이 더 아팠다고 회상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 어떻게 친엄마가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보통의 엄마들이라면 자신이 잘못 낳아서 장애를 가진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소박까지 맞고 돌아온 자신의 딸이 안쓰러워야 정상인데 매질이라니. 황당해서 멍해졌다.”

“결국 ‘아다다’는 수롱이와 신미도로 도망을 가서 살림을 시작하는데 어느 날 수롱이 가 밭을 사겠다고 나섰다. 나는 그때 ‘아다다’가 얼마나 끔찍했을지 상상이 되었다. ‘아다다’에게 돈은 그저 행복을 저해하는 요인이었는데 이제 겨우 행복해졌다고 여기는데, 악몽이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런데 아다다가 밭을 살 돈 150원을 바닷물에 던져 버린 것을 수롱이는 이해하지 못했고 끝내 아다다를 죽이고 만다. 나는 정말 서글퍼졌다. 불쌍한 아다다의 삶이 이렇게 끝나다니 말이다.

하지만 수롱이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수롱이에게 돈은 삶의 의미이자 전부이다. 돈 때문에 무시를 당하며 살았고 돈이 없어서 장가도 못 갔던 수롱에겐 이제야 돈을 좀 모아서 사람답게 살아보려고 하는데 그 돈을 ‘아다다’가 버렸으니 정말 눈이 돌아갈 만 했을 것이다. 정말 홧김에 ‘아다다’를 밀어버릴 만한 이유였다.

나는 아다다와 수롱이 둘 다 너무 안타까웠다. 만약 아다다가 대화가 가능했다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글자를 읽어내기만 했던 민재는 읽는 훈련을 통해 핵심을 파악하자 독서에 흥미를 느꼈고, 어휘력을 확장시키며 배경지식을 늘려나갔습니다. 이러한 독서는 곧 학교 성적 향상이라는 예견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지금 중 2가 된 민재는 특목고 입학을 꿈꾸며 주변 어머니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